4차 산업혁명 추동할 '데이터3법' 1년째 낮잠…연내 통과 안되면 폐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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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추동할 '데이터3법' 1년째 낮잠…연내 통과 안되면 폐기위기
  • 홍용석
  • 승인 2019.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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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케이웨더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업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대한민국은 '자원빈국'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원부국 대한민국'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바로 '미래 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의 활용 능력에 따라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규제를 풀어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데이터 경제'에 국운이 걸린 점을 간파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데이터 고속도로의 초입부터 규제로 꽉 막혀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신산업의 법적 기반인 '데이터 3법'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다.

최근 청년 스타트업 대표의 손을 잡고 잇따라 국회를 방문, 규제혁신을 외쳐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데이터3법과 관련된 혁신과 사업기회를 사장 시키면 미래 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운 걸린 데이터3법, 일명 '개망신법' 31일 본회의 통과 난망

31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만 데이터 3법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12월 초까지 이어질 예산국회 이후 정치권이 사실상 총선 준비를 위한 휴지기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상황도 여의치않다.

데이터 3법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 주도로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3개 개정안은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해소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때문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들을 담은 법이란 취지에서 각 개정안의 이름을 따 '개망신법'이라고도 부른다.

데이터 3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언한 '데이터경제'와 '인공지능(AI) 국가' 실현의 기반이 되는 필수 법안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의 정쟁과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

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시점이 다가오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네이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9' 행사에 참석해 AI 육성 계획을 밝히며 "데이터 3법이 연내에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데이터경제'를 선언하며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규제 혁신에 진척이 없자 다시 한번 데이터 3법 통과를 강조한 것.

지난 2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데이터 3법은 더 이상 늦어질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하루빨리 우리 국회가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더불어민주당도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올해 내 데이터3법 통과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각 개정안을 처리할 상임위에선 그동안 논의가 진척된 게 거의 없어 연내 법안 통과가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검찰이 '타다'를 전격 기소해 '거꾸로 가는 혁신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국회마저 국운이 걸린 데이터 경제를 위한 입법 절차를 외면하면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8.31/뉴스1

 

 

 


◇"데이터 고속도로 만든다더니…" 애타는 기업들

지난해 정부가 데이터와 AI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을 약속하자 올해가 '데이터경제'의 원년이 되길 기대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미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로 국내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금융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고 있는 중국이 핀테크 시장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를 활용할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여전히 회색지대에서 불안하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 3법은 Δ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에 대한 정의 Δ전문기관의 승인 하의 결합 정보 활용 허용 Δ개인정보 관련 감독 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체화 Δ금융분야 빅데이터 분석·이용의 법적 근거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나같이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시급히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다.

현행법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속에 포함돼 있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적 근거에 따라 비식별 처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면서 데이터를 활용하기엔 걸림돌이 많아 관련 산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정부가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해 이 가이드라인대로 데이터를 처리했던 기업들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 4월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이 크게 위축된 바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3법에서는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했다. 가명정보는 그 자체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와 개인 식별 정보를 완전히 제거한 '익명정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데이터를 말한다.

가명정보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린 데이터다. 개인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홍길동(남자), 1983년 8월20일생, 010-1234-5678, 카드가입 3건'라는 카드사 데이터가 있다면 여기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암호화한 뒤 분석하는 식이다.

◇'가명정보' 활용과 데이터 결합…신산업 무궁무진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전문기관의 승인을 거쳐 제 3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결합하고 승인을 거쳐 반출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면 서로 다른 산업의 정보를 활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신사의 통신료 납부정보와 은행의 금융정보를 결합해 통신료를 성실히 내면 신용등급을 높여주거나 특정 지역을 지나간 통신 이용자의 정보와 카드 매출 정보를 결합해 상권을 분석하는 식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금융분야에서는 데이터 3법 통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은행, 카드,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업 분야별로 데이터가 대량으로 축적돼 있는 금융 분야는 다양한 개인 특성 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산업 분야와의 확장적인 융합 등이 가능해 데이터의 활용 가치가 특히 높다.

일례로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경우 매초 2000건씩 쌓이는 결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와 대출, 보험 등 '테크핀' 시장을 개척해 기업가치 170조원의 세계 최대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원을 통해 5000여개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4000만명의 신용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기업들이 금융 관련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를 연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위해선 데이터 3법 통과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은 "데이터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길로 가는 첫 단추가 데이터 3법인데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며 "눈에 보이는 데이터 3법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논의될 데이터 유통·거래·가격·품질 기준 등의 마련이 모두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이를 제때 정비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면 미래를 책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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