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위기' AI에 답 있나…인공지능에 꽂힌 재계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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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위기' AI에 답 있나…인공지능에 꽂힌 재계 총수들
  • 홍용석
  • 승인 2019.11.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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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4일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이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인공지능(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2019.7.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입니다."

지난 7월4일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AI가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한국의 향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손 회장은 2016년 7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암(ARM)을 인수하기 위해 240억 파운드(약 35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앞으로 20년 안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1조 개 이상 지구상에 뿌려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삼성, 2030년까지 AI의 두뇌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 투자

세계적으로 AI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AI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손정의가 인수한 암을 내심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AI 관련 기술과 이의 두뇌 역할을 할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암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도를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에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암은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저전력이 필수인 모바일 분야 최강자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많이 팔면 팔수록 암에 지불해야 할 로열티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 계산, 처리하는 비메모리반도체 분야로 나뉜다. 삼성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자이지만 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요 확대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 때문에 올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올 6월에는 NPU(신경망처리장치, Neural Processing Unit) 분야 개발 인력도 2000명 규모로 지금의 10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풀려나 경영 재개에 나선 이후 유럽, 북미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석학들과 만나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핵심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는 등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AI 분야의 핵심 석학들과의 미팅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생각의 한계를 허물고 미래를 선점해 가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모빌리티 솔루션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

현대·기아차 역시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기로 하고 20억달러(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앱티브는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AI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Intel) 및 엔비디아(Nvidia)와도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9월23일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 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사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2019.9.23/뉴스1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전략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에도 창립 멤버로 참여,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성사된 글로벌 기업(연구소 등 포함)과의 전략적 협업·투자 건수는 34건에 달한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15일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모빌리티 기술 및 전략 투자에 오는 2025년까지 총 4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회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트 솔루션 제공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10월18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SK 제공)2019.10,18/뉴스1

 

 

◇SK·LG도 변화 위해 AI 강조, 롯데도 유통에 AI 접목

SK그룹에서는 SK텔레콤이 AI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는 만큼,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5G 시대 ICT 생태계 선도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경제상황을 '전례없는 위기'라고 표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8월 열린 '2019 이천포럼'에서 AI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의 혁신기술을 '딥 체인지'(Deep Change)의 핵심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해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투자회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AI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현재까지 13개 스타트업에 총 33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9얼2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LG 제공) 2019.9.24/뉴스1 © 뉴스1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월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AI,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팩토리 적용 확대, 연구개발(R&D) 효율성 개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등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유통부문에서 옴니채널 구축과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인 롯데는 AI와 함께 빅데이터(Big data), 물류 풀필먼트(fulfillment) 등에 주목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사장단 회의서 "기술 환경과 고객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이며, AI, 로봇,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롯데의 전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올해 9월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 롯데액셀러레이터, 롯데정보통신 임원 등과 함께 이스라엘을 찾아 AI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 연말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AI가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의 기술과 인재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의 미래산업 분야가 AI와 밀접해 향후 이 분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2일 김포국제 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하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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