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플랫폼 시대 "뭉쳐야 산다"…대세된 '적과의 동침·이종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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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플랫폼 시대 "뭉쳐야 산다"…대세된 '적과의 동침·이종연합'
  • 홍용석
  • 승인 2019.11.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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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3000억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 ICT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2019.10.28/뉴스1

정보화를 넘어선 지능화 기술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눈엣가시같은 경쟁사와 '적과의 동침'은 물론, 이종산업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승자독식의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영원한 적(敵)은 없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는 지난달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도 단행했다. 단순한 사업적 협력이 아닌 지분을 섞어 '혈맹'을 맺은 셈이다.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사실 두 회사는 과거 앙숙 관계였다. 카카오톡이 나오면서 SK텔레콤의 문자 메시지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기업들이 알림서비스도 카카오톡을 이용하면서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징 시장은 존재감이 사라졌고 그럴수록 관계는 더 악화했다. 이런 두 회사가 지분 맞교환 형식으로 '혈맹'을 맺은 것은 미국, 중국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네이버도 소프트뱅크와 한배를 탔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의 경영 통합은 이들의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현재의 한일 관계를 볼 때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000년 인터넷 업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진출을 시도한 네이버는 일본에 '네이버재팬'을 설립했지만 야후재팬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2005년 철수했다. 이후 2007년 네이버재팬을 재설립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13년 검색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최근에도 핀테크로 전장을 옮겨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라인 메신저에 기반한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는 일본 라쿠텐의 '라쿠텐페이'와 함께 간편결제 시장 1위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이랬던 두 회사가 하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종업종과의 합종연횡 바람도 거세다.

검색사업이 무기인 네이버는 금융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일 네이버는 7개 사내독립기업(CIC) 중 하나였던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를 전략적 파트너로 유치해 5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증권사가 대표 IT기업과 손잡은 셈이다.

KB국민은행은 통신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달초 알뜰폰으로 불리는 MVNO 사업에 진출, '리브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게임업체 넷마블은 렌털기업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7월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 회동을 갖기 위해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개구리, 우물 밖으로'

더 강력하고 거대한 적(敵)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적이 동지가 된 양상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대표적 예다. 국내 OTT 시장은 구글 유튜브 천하다. 시장조사업체의 조사 때마다 국내 모바일·PC 동영상 이용자의 약 90%는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은 유선통신사에 망이용대가를 한푼 내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어떤가. 지난 2016년 딜라이브를 통해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며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OTT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와 계약하면서 수익 배분을 9:1 정도로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와 함께하려는 건 그만큼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한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금액은 수조원이다. 토종 1위 OTT인 SK텔레콤 '웨이브'가 투자하는 금액의 약 80배에 달하는 액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독점 제휴로 인한 효과가 가입자와 수익 양측에서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이번 혈맹으로 적어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OTT 시장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카카오가 한국적 웹툰·웹소설을 연예기획사·영화사 등을 통해 콘텐츠로 만들면, 이는 약 900만명의 가입자를 둔 SK텔레콤(티브로드 합병시)의 유료방송 플랫폼을 타고 공급된다.

나아가 해외로 진출하려는 '웨이브'에 올라탄 카카오의 콘텐츠들이 빛을 발한다면 이익의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제2의 '겨울연가'나 '대장금'이 터지면 금상첨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 통합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합의 배경으로 미국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중국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거대 글로벌 IT 기업들과 점점 벌어지는 기술 격차에 대한 '위기감'을 꼽았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경영자(CEO)와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의 가와베 겐타로 CEO는 이날 "양사 2만명의 직원이 모두 다같이 '원팀'이 돼 일본, 아시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AI 기술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통합 회사를 통해 AI를 중심으로 매년 1000억엔(약 1조원) 규모를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디어, 콘텐츠, 이커머스,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현상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이제는 단순히 결합을 넘어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어떤 구체적 성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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