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33] 가상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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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design 33] 가상사회와 그 적들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 승인 2021.03.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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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의 상상력은 항상 가상을 원하고 있다. 끊임없이 꿈꾸듯 찾던 가상을 통해 우리의  문명은 짧은 시간 발전해왔고, 이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정신적 공간에도 자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가상사회는 동굴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숙명과도 같다.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가상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 그리고 현실의 공간에서 주변 환경과의 사투 속에 가상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제 가상사회는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숙명이다.

지구 역사에서 네안네르탈인이 사라지고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으면서 만들어낸 자연의 가상공간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문명의 시간과 공간이다. 지구의 오래된 동식물에서 석탄을 추출해내고, 바다의 오래된 플랑크톤에서 석유를 만들어내고, 화산 폭발로 쌓인 돌멩이에서 철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건 고스란히 도시문명의 기반이 되었다.

동굴을 벗어난 순간, 인류는 숨가쁘게 자신의 가상사회를 만들어왔다. 이제 인류가 만든 가상사회는 물리적 환경을 실제 사회로 바꾸고 새로운 가상사회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상에 대해 부정적인 학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인류의 진화와 발전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분법적 계급사회의 오랜 고정관념은 습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귀족과 노예, 자본가와 노동자, 인간과 로봇 등으로 이어지는 노동의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인간은 더욱 더 가상사회에 더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이분법적 계급사회의 구조가 민주적이지 않다거나, 불공평하다는 얘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과제로 남고, 논쟁의 습관은 이어진다. 

또한 보편적 평등이라는 인류의 인권도 여전한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UN 세계인권선언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변하지 않았고, 변함없이 국가간, 민족간 반목과 질시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제기된 가상화폐도 이미 기득권의 입장에서 정리되고 있다. 새로운 화폐를 통해 부의 평등과 존재감은 여전히 요원한 문제이다. 초기에 호기심으로 비트코인을 샀던 얼리 어답터와 초기에 투기적 수요로 덤벼든 일부의 투자가들만이 단꿈을 꾸었다. 2021년 현재. 글로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제도권의 진입이 본격화되었고, 블록체인이라는 가상사회의 기본 철학 구조는 사라지고, 욕망의 불길만 솟구치고 있다. ‘화폐는 물물교환을 최적화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앨런 머스크의 정의가 새삼 와닿는다.

우리는 갈수록 인공지능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 데이터 수집과 활용 등에 있어서 최초로 그 AI를 설계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인공지능이 작동한다는 건 우리가 맞이할 가상사회의 또다른 위협이다.

칼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었다. 그에 의하면 소크라테스의 말을 책으로 엮은 플라톤은 처음에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따랐으나, 갈수록 소크라테스의 인도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경향을 배제했다고 한다.  포퍼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배신한 것은 플라톤의 책 《국가》에서부터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에 의하면 플라톤은 이처럼 자유로운 세계관과 함께 탄생할 변화를 두려워하여 자신의 역사주의적 시각을 고수한 것이다. 포퍼는 또한 플라톤이 스스로 위대한 철인 통치자가 되고자 했다고 주장하면서, 플라톤을 자기 자만심의 희생자로 간주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연의 역습으로 인해 다시금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돌도끼와 디지털로 무장된 도시 속의 동굴에 있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상상과 도전을 자극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상사회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도 그중의 하나다. 메타버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공간과학 소설 ‘스노크래시'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화된 것은 2000년도 게임을 통해서이다. 린든 랩이 출시한 ‘세컨드라이프'는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온라인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제 메타버스는 전세계 셀럽들이 자신의 브랜딩을 위해 활용하는 새로운 소통의 채널로 이어진다.

우리가 누구인가?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민주주의의 인간적 따뜻함인가. 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땅따먹기의 잔인함인가.  가상사회에서도 이러한 고민과 모습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적들과의 관계는 변함없이 인간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글 :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 소장)
글 :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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