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33-1] MZ세대와 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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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design 33-1] MZ세대와 프라이버시
  •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9.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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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고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MZ세대가 코로나 이후 초연결사회의 핵심 주류로 나서고 있다. 이들 세대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인 1980~2000년생과,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개념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통칭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창의성·모험심·파급력이란 3요소로 무장하고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가치로 생각한다. 특히 이들은 다른 세대보다 변화에 유연하며, 온라인에 친숙하고, SNS에 능통한 특장점을 살려 나가고 있다.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 의하면 이들은일상력 챌린저’(소소한 도전으로 일상을 가꾸는 힘을 기르다), ‘컨셉친’(취향에 맞는 콘셉트 세계관 속 콘텐츠로 소통하다), ‘세컨슈머’(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을 찾아 즐기다), ‘선한 오지랖’(누구도 피해 보지 않기를 바라며 착한 유난을 떨다)을 가치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에겐 누구보다도 자신의 개인적 가치와 프라이버시(privacy)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모든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이들은 자신의 글과 동영상, 말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보, 표현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데이터경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류가 동굴에서 벗어나 돌맹이를 쪼아서 무기르 만든 석기시대부터 인간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독립된 자아로서의 개인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켜왔다. 그리고 그 주요 도구인 돌멩이가 실리카라는 실리콘의 주재료이고, 이것이 우리가 쓰는 반도체의 핵심 소재라는 사실은 필연에 가까운 인류이 성장 과정에 있다.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철의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망 기반의 반도체에게 그 길을 내어주고, 우리는 이 물잘의 도움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로운 인류의 문명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철이라는 문명사적 도구가 주어온 집단과 협력, 혈연적 물리적 공동체에서 다시금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고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고독이란 표현은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신의 영역에 가까워지는 인간에 대한 표현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네트워크로 초연결되어 가상의 세상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개인의 자유와 아이덴티티의 독립성을 보장해낼 수 있는 제도와 기술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

인간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욕망과 희망은 태초부터 이어져온 것이며, 기축시대(기원전 5세기 전후 인류의 스승들이 나타난 시점)를 전후해서 그 바탕이 이뤄져왔다. 동양에서는 전국 시대 양주를 꼽을 수 있다. 철의 시대(2008년 모바일 이전 시대)까지 이어져온 전통적 맹자 중심의 동양적 가치관은 사회적 변화에 맞춰서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주자학의 영향으로 왕권과 신권의 대립 구조의 기본 논리로 활용하던 맹자의 사상적 가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중앙 집권적이고, 수직적이며, 직렬형 조직의 형태가 수평적이면서, 병렬형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특히 컴퓨터가 지닌 이진법적 산술 구조와 결합, 인간과 로봇, 인간과 컴퓨터가 결함할 수 있는 생각의 저항감을 줄여주었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인류사적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를 더 축발시키고 있다.

양주는 겸애설로 유명한 묵자와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에 활동했던 인물이다그의 사상은 극심한 사회적 위기의식 속에서 상호간의 불간섭주의와 개개인의 생명의 존엄과 온전함을 추구한 경물중생輕物重生(삶을 중시)사상에 있다.

이러한 그의 사상적 핵심은 전생보진全生保眞이다. 그것을 조금 풀어보면 본성을 온전히 하고 천진함을 보전하며, 바깥의 사물 때문에 몸을 얽어매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를 <한비자>에서는 “바깥의 사물을 가볍게 여기고 삶을 중시한輕物重生”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코로나 이후의 문명사적 변화의 흐름과 일치한다. 양주는 공자와 묵자로 이어지는 물질과 소유 중심의 사상 흐름을 생명 중심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이해와 판단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가 추전국시대의 양주와 비교된다. 권위 앞에서도 자신을 굽히지 않고 지켰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만남에서 자신의 개성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디오게네스가 양지에서 햇볕을 쬐고 있을 알렉산드로스가 찾아와 햇볕을 가로막은 무엇이든 가지고 싶은 것을 말하라!”라고 했다. 그는 어떤 요구를 하지 않고햇볕을 가리지 마시오!”라고 대꾸했다.

이는 단순히 왕에게 불손한 행동을 하는 배짱이 초점이 아니다. 그가 소유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내리쬐는 햇볕 이외의 것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초점이다 자신이 일반화된 삶의 형식과 다른 삶을 살면서 그러한 삶의 가치를 왜소화시키지 않고 긍지를 잃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프라이버시가 기술화될 수 있는 시대에 살았다면 그의 행동이 어떠했을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익숙하던 인물들에게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수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기술적 확장성이 이를 가능케 하고, 앞으로도 더 놀라운 변화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철학은 우리 삶의 본질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프라이버시(자기다움)이라는 명제에 대한 고독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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