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column 08] 마스크와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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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design column 08] 마스크와 페르소나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 승인 2020.04.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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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사유를 담아내는 진정한 얼굴이 필요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78호로 한국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골똘히 사유하는 몸짓과 한쪽 손으로 발을 만지고 있는 모습. 그리고 빙긋 웃는 얼굴에서 한없는 평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위로하듯 자신의 발을 쓰다듬고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뿌듯한 미소가 숨겨져 있다. 

최근 우리에겐 미소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전세계적 공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유의 방법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문명에 대해 바라보는 중용의 시각이 필요함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서양의 제국주의적 문명에 대해 동경으로 바라보던 동양의 시각을 변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 방식의 일환인 '마스크'이다. 

마스크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생각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쓴다고 하면 서양에서는 얼굴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마스크에 부정적이다.  중국 유학생이 영국 셰필드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언어적·신체적 괴롭힘을 당했고, 동일한 이유로 중국인 여성이 미국 뉴욕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마스크 착용은 규범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 격리 대상의 존재로서 바라보고 있다. 통계는 모르겠지만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코로나의 위기가 그 속에 숨어있다. 나중에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첨단 기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대처하는 동양과 서양의 대처방식 차이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것이고 간극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스크는 '페르소나'라는 심리적 기제에서 살펴보면 조금 더 흥미롭다. 페르소나가 갖는 원래의 뜻은 그리스의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데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처음 등장하였다. 융에 의하면 인간은 천개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인간 관계를 이뤄나간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마스크가 '안전한 친구'라는 긍정적 페르소나로 표현되나, 서양에서는 '불안전한 친구'라는 페르소나의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서 전혀 다른 페르소나로서 나타난다. 

코로나는 일상의 삶에 있는 나, sns상에 표현되는 나의 페르소나를 돌이켜보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는 기업 입장에서 최근 많은 활용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젋은이들의 고민과 현실이 담겨있다. 아이유가 넷플리스를 통해 선보이는 ‘페르소나’도 큰 변화의 길목에선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고민해보게 할 것이다. 

기업에서도 페르소나는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그중에서 마케팅 페르소나는 구매 선호도, 사회적 관계, 소비 행태, 연령대 등 전형적인 고객 특성을 구성한다. 그리고  디자인 페르소나는 제품의 사용습관, 고객 니즈, 환경 등의 요인을 분석해 설계한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해진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고객들이 본인들도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른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기업들에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페르소나는 가상의 소비자 아바타인 ‘페르소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고객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시간도 현저히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고객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다음 버전의 잠재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직원들의 일체감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생산성 역시 높아진다. 또한 페르소나는 미래보다 현재를, 이상보다 현실에 기반해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탠포드대학교가 최초로 만들어낸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은 바로 이 점에서 페르소나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설계 방법으로 스타트업들에게 각광을 받도 있기도 하다. 

마스크는 코로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페르소나이다. 이를 바라보는 지구적 생각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우리 인류가 변함없이 수천년간 이어져온 "동양에선 사람의 마음 자체가 중요하고, 서양에선 마음을 통한 작용, 즉 생각을 할수 있기에 사람이 소중한 존재라고 하는 본질의 차이"가 큰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건 흔들릴 수 없는 사실이다. 

파스칼은 '팡세'를 통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박살내기 위해 온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번 뿜은 증기, 한방울의 물이라면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고귀하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우주가 고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사유로 이뤄진다. 우리가 스스로 높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부터이지, 우리가 채울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가 아니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삶의 원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유하니깐 인간이다. 마스크를 벗고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만끽하는 새로운 인류 공통의 페르소나가 등장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글 :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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