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column 12] 평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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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design column 12] 평균의 종말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 승인 2020.05.0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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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절대적 목적”

 

핀란드 동화 ‘무민'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무민 계곡의 친구들은 모두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는데 익숙하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가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무민 트롤의 친구 스너프킨은 압도적이다. 스너프킨은 해마다 봄이 되면 무민 계곡에 찾아와서 무민과 일상을 즐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여행을 훌쩍 떠난다.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스너프킨이 마을에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상담도 하고 이웃의 일에 적극 관여한다. 하지만 마을의 외진 곳에 산다. 스너프킨은 자칭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정치가이다. 무민은 이런 스너프킨을 존중한다. 서로 구속하지 않고 만날 때면 행복한 일상을 공유한다. 

굉장히 평범한 동화가 코로나 시대에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몇달간 우리는 익숙하게 알고 행동했던 모든 일상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평균의 규율과 익숙한 생활 방식에서 본의아니게  벗어나게 되었다. 위기라고 생각했으나 기회가 될 수  있는 전환기이다. 

평균의 삶에 대한 가치는 남과 비교하고, 집단의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초조함과 불안이 동반한다. TV에서 SNS로 넘어오면서도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가치관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평균'과 ‘집단'에 익숙해  있다. 상대적으로 ‘개인'이나 ‘프라이빗(private)’은 현재까지 국가권력에 의해 부정적 이미지였다. 근대 시기에 평균의 개념을 이끈  ‘통계학의 아버지' 아돌프 케틀레이다. 그는 통계학을 통해 평균적 인간을 제시했다. 그에 의하면 평균적 인간은 사회의 한 특정 시대에서 어떤 개인이 평균적 인간의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그 사람은 위대함이나 아름다움이나, 훌륭함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했다. 평균이란 개념에 의해 우열이 통계학에 의해 나눠지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목전에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뒤집고, 지동설을 말한 것처럼. 평균의 가치를 넘어선 AI 기반의 빅데이터는 ‘평균적 인간'을 ‘균형적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균형적(balanced)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하늘이 내어준다. 이타적 마음과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겸손함을 갖추게 해준다.

 

앞으로 미래는 ‘private’의 가치가 보편화한다. 기술 혁신과 바이러스의 출현이 ‘private’를 가속화한다.  이에 대한 관점은 중국 전국 시대에 양주와 묵자의 생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맹자가 주창하는 군주 통치 철학으로서의 공자사상과 전혀 상반된다. 맹자가 ‘집단의 평균'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도덕을 얘기했다면 양주와 묵자(묵적)은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가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맹자는 유독 양주와 묵자에 대해 비판적이다. 맹자는 양주에 대해 “자신의 털 한 가닥을 뽑으면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해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극단적 이기주의자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는 제왕적 국가 시스템의 기본 텍스트가 된 맹자의 생각이다. 기술 혁신은 사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 이에 우리 시대에  양주와 묵자의 생각에 주목해보게 된다.

양주는 “우리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절대적 목적”임을 말했고, 이에 맞춰 인간의 도덕적 허무함과 부귀의 무용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행복이 단순한 감각, 먹고 마시는 등의 신체적인 향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각각이 적당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모든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능력을 전개하게 하는 데에 있다”고 설명한다. 기술 기반의 프라이빗 사회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상호간의 불간섭주의와 개개인의 생명의 존엄과 온전함을 추구한 경물중생(輕物重生)과 전생보진(全生保眞)을 중시했다. 즉, 본성을 온전히 지키고, 순수함을 길러내며, 외부의 시선이나 간섭으로부터 제대로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시대 초개인화와 연결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획일화된 집단 내에서 평균적 인간의 삶에 익숙해있다. 하지만 지구촌 패러다임의 변화는 온전히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고 이를 현실에서 실천해나가도록 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기대한다. 

이에 따라 AI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사회는 지금까지 살아온 맹자의 시대에서 양주와 묵자를 시대의 가치로 소환하고 있다. 

“하늘이 인간을 만들어내니 탐욕이 있고 욕구가 있게 되었다. 욕구에는 진정이 있다. 진정에는 절도가 있다. 성인은 절도를 닦아서 욕구를 억제하여 진정만을 나타낸다. 진실로 귀가 모든 아름다운 소리(五聲)를 욕구하고, 눈이 모든 아름다움(五色)을 욕구하고, 입이 모든 좋은 맛을 욕구하는 것은 진정이다. 이 세 가지는 귀인, 천인, 우민, 지식인, 현인, 저능인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욕구하는 것이다. 비록 신농(神農), 황제(黃帝)라도 걸(桀), 주(紂)와 똑같다. 성인이 다른 까닭은 그가 진정을 얻은 점에 있다. 생명을 귀하게 보고서 행동하면 진정을 얻게 되고, 생명을 귀하게 보지 않고서 행동하면 진정을 잃게 된다. 이 두 사실이 사느냐 죽느냐. 있느냐 없어지느냐 하는 근본이 된다.”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www.valuedesign.me)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www.valuedesig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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