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column 14] 농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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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design column 14] 농부의 시간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 승인 2020.05.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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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

 

알록달록한 녹색의 다채로움과 함께 만물이 소생한다. 자연과 인공이 만든 최적의 조합이 지금 산천에 그득하다. 산과 들에 물을 대는 농부의 손길 또한 분주하다. 

 

농부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업가이다. 동물을 따라 계속 이동하면서 수렵문명을 이어가다가 밀 재배를 통해 정착한 농부는 가족 뿐만 아니라 국가 생산력의 기본이 되었다.

 

그들은 천문의 움직임에 맞춰 사계를 이해하고, 정해진 자연에 순응하는 습관을 길러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작물의 성장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보살핌을 해준다. 그리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도구의 개발과 재배 방식의 혁신을 연구해왔다. 이러한 농부 기업가들의 습관과 사고가 다시금 필요해지고 있다. 

 

오랜기간 계급 차별에 따른 노예 노동, 대량생산에 맞춰져 등장한 블루컬러 노동, 기계와 함께 일하게 된 화이트컬러 노동, 컴퓨터의 알고리즘과 규격화된 선진 프로세스 교육을 통해 길러진 골든컬러 노동들이 짧은 시간 동안 인류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생산력 증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력 증대는 소수 이해 계급의 독점 자본과 보편화된 최저 생계라는 형태로 정형화되었다. 이에 따라 자본에 의해, 노동에 의해, 희미해졌던 시간의 개념과 자유에 대한 원초적 지향점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농부의 시간을 배워야할 때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을 통해 시간에 대한 가르침을 일러준다. 책에 의하면 시간에 대한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로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이 변화의 척도라고 했다. 사물은 계속 변화하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측정하고 계산하기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고 했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에 맞춰 우리의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이자 날짜의 변화와 계산에 맞춰 우리 자신을 위치시키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반기를 든 이가 있다. 뉴턴이다. 그는 사물이나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진짜 시간은 흐르고 모든 사물이 멈추고 우리 영혼의 움직임마저 얼어붙어버려도 진짜 시간은 냉정하게 그리고 동일하게 계속 흐른다고 보았다. 

 

또 이를 통합한 제 3의 인물이 있다.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시공간의 개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항상 무언가와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는 철학적 사유에 이르렀고 ‘상대성이론'이라는 위대한 과학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 우주, 인간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미학이다. 이러한 미학을 본능적 습관으로 연결하는 이가 농부이다. 농부는 하늘의 이치에 맞춰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습관을 자연에 맞춘다.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현재’를 확장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사건을 미래의 일로 바꾸고 이를 지금 순간에 빠르게, 폭넓게 집중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에 행복을 전해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시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몸에 배인 습관처럼,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농부의 시간은 다시금 우리의 미래이다.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 소장, www.valuedesign.me)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 소장, www.valuedesig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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