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design column 18] 4분 33초
상태바
[value design column 18] 4분 33초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 승인 2020.06.21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침묵으로 변신한다 -

인류는 현재 더 큰 문명의 발전을 위해 잠시 위대한 침묵의 시간 속에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문명사에서 큰 쉼이 필요한 때이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고,  둥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는 유한하다는 오만에 빠지게 되었고, 우주라는 무한의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구는 절대 유한하지 않은 신비의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마이크로 세계의 위대함에 새삼 경이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새로운 여정으로 가기 위한 시련일 것이다. 두려움일 것이다. 두려움은 우리가 이겨내야할 과제이고 숙명이다. 그리고 그 숙명의 깊은 곳에 담겨있는 침묵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최근 필자는 4분33초라는 상징에 꽂혀있다. 초로 따지면 273초이다. 273은 절대 영도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샤를의 법칙과 연계 되어 있다. 샤를의 법칙은 ‘어떤 기체의 온도가 1도 올라간다면 그 기체의 부피는 0도일 때의 1/273씩 증가한다’ 라는 법칙이다. 열은 분자나 원자의 진동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입자가 조금만 진동한다. 즉 입자의 운동량이 낮아진다. 절대 영도란 입자의 운동량이 극한으로 낮아져 0이 되는 상태이다 즉 입자가 정지했는 상태가 된다. 나는 이 4분 33초의 시간이 '절대 침묵'이라고 생각한다. 

1951년에 존 케이지는 ‘4분33초' 라는 악장을 통해 침묵의 가치를 얘기해준다.  ‘4분 33초’는 세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고, 각 악장의 악보에는 음표나 쉼표 없이 TACET(연주하지 말고 쉬어라)라는 악상만이 쓰여 있다. 악보에는 음악의 길이에 대한 지시가 따로 없다. 처음 연주했을 때에는 시간을 무작위로 결정하여 1악장을 33초, 2악장을 2분 40초, 3악장을 1분 20초씩 연주하였다. 절대적인 무음은 없다는 발견이 존 케이지로 하여금 〈4분 33초〉를 쓰게 한 계기가 되었다.〈4분 33초〉는 1952년 8월 29일 뉴욕주 우드스탁에서 David Tudor의 연주로 초연됐다.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몇분 뒤 그는 뚜껑을 다시 닫았다. 피아니스트는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연주자와 청중이 소리를 죽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콘서트 홀에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존 케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침묵(沈默)은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소리가 없는 절대 무음 공간은 없습니다. 내가 침묵한다고 해서 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의 또 다른 의미는 내가 말하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듣기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우리에게 익숙해있는 침묵의 의미는 회피나 암묵적 동의, 권력 순응이라는 부정적 느낌의 의미도 있다. 편향된 생각과 의식을 강요받고 권력에 머리 숙여 복종해야하는 시대에 왜곡된 명제이다. 그리고 종교적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침묵은 일반인들에게 너무 어려운 실천과제였다. 이제 침묵에 대한 긍정적 의미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침묵을 통해 비로소 말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처한 상황과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침묵으로 변신해야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서로 소통하는 진정한 침묵의 언어를 이해한다. 침묵을 통해 멈춤을 이해하고 멈춤을 통해 새로운 사유의 기반을 다지고, 사유를 통해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나아갈 길을 밝혀야 할 것이다. 

오늘 아침, 4분 33초의 순간, 나의 심연에 있는 침묵의 언어에 집중해나간다.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이욱희(위아가치디자인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